뮬란의 개요
중국 남북조시대 북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자 미상의 화목란 설화를 바탕으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1998년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주인공 이름 파 뮬란(花木蘭)은 표준중국어의 한어병음 표기로는 Hua Mulan(화 무란)이며, 광둥어로는 Fa Muklan(파 묵란)이다. 그런데 영어판에서는 성은 광둥어 발음으로, 이름은 표준중국어에 가까운 발음으로 읽어서 풀네임을 Fa Mulan이라고 표기했고, 이를 한국에서는 영어 스펠링을 그대로 음차해 '파 뮬란'이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37개국 더빙을 들으면 거의 모든 언어가 확실히 '물란'이라고 발음한다. 당시 디즈니 한국어판 제작팀에서 원전을 몰라서 한글 작명을 '뮬란'이라고 했을 수도 있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디즈니 캐릭터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1998년 7월 17일 개봉하였다. 후속편인 뮬란 2는 2005년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토니 밴크로프트(Tony Bancroft)와 배리 쿡(Barry Cook)이 감독한 이 영화는 나이든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여 군대에 복무하기 위해 남자로 변장한 젊은 중국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침략으로부터 중국을 구해낸다.
영화의 배경은 고대 중국 한나라 시대이다. 무자비한 Shan Yu가 이끄는 Huns가 중국 제국을 침략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황제는 각 가문에서 한 사람씩 군대에 입대하여 나라를 지킬 것을 명하는 칙령을 내립니다.
활기차고 독립적인 젊은 여성 뮬란은 연로한 아버지 파저우가 허약한 건강에도 불구하고 징집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아버지가 전쟁의 가혹한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뮬란은 남자로 변장하여 군대에 입대하기로 결정합니다. 조상의 수호룡 무슈와 행운의 귀뚜라미 크리키의 도움으로 뮬란은 '핑'으로 변장하여 군대에 합류하기 위해 출발합니다.
군대에서 뮬란은 변장을 하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점차 코믹한 야오, 링, 치엔포를 포함한 동료 병사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됩니다. 강인하지만 현명한 선장 리상 밑에서 뮬란과 그녀의 동료들은 훈족과의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엄격한 훈련을 받습니다.
한편 Shan Yu는 계속해서 Imperial City를 향해 전진하며 그의 여파로 파괴의 길을 남깁니다. 뮬란의 진짜 정체는 결국 그녀의 동료 병사들과 샹에 의해 발견되고, 그녀는 군대에서 추방된다. 이에 굴하지 않고 뮬란은 계속해서 Shan Yu의 임박한 공격을 황제에게 경고합니다.
뮬란은 눈 덮인 산에 눈사태를 일으켜 Shan Yu와 그의 군대를 가두어 Huns를 물리칠 계획을 세웁니다. 빠른 사고와 용기로 뮬란은 황제와 제국 도시를 파괴로부터 구해냅니다. 그녀의 용기와 헌신을 인정한 황제는 뮬란에게 존경을 표하고 그녀에게 자신의 궁정에서 자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뮬란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아버지와 재회하며 영웅으로 받아들여진다.
"뮬란"은 용기, 자기 발견, 자신에게 충실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로 유명합니다. 이 영화에는 또한 "Reflection", "I'll Make a Man Out of You" 등 기억에 남는 음악 번호와 고대 중국의 풍경과 문화를 묘사한 놀라운 애니메이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뮬란의 이야기는 인내와 명예를 주제로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영감을 주면서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뮬란의 줄거리
샨유가 이끄는 흉노족이 중국을 침략하고자 만리장성을 넘어오자, 황제는 각 가문의 장정들을 군대로 소집할 것을 장군에게 명한다. 한편, 파씨 가문의 외동딸 뮬란은 선머슴 같은 성격 때문에 중매쟁이 눈에 드는 데 실패하고 망신을 당하지만, 아버지 파주는 좋은 신붓감이 되지 못해 슬퍼하는 딸을 위로해 준다. 이때 마을에서 황제의 보좌관 취푸가 징집령을 발표하고, 아들이 없던 파주는 자신이 군대에 나가 싸울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걱정된 뮬란은 아버지의 결정을 반대하고, 급기야 남장을 하고 몰래 빠져나와 자신이 군대에 들어가게 된다. 뮬란이 다시 돌아오도록 조상신들은 작은 용인 무슈에게 위대한 돌로 만든 용을 보내도록 하지만 용을 부수고만 무슈는 자신이 대신 찾아가 동행하며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어 가문을 빛내게 할 생각을 한다. 행운의 상징인 귀뚜라미 복동이도 무슈를 따라간다.
뮬란은 훈련소에 들어가게 되고, 무슈에게 진짜 남자로 행동하는 법을 배우다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한 초소에서는 리 장군이 정예 부대로 산에 있는 마을에서 흉노족을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아들인 샹에게 훈련대장의 자격을 주고 모인 장정들을 훈련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산으로 떠난다. 샹은 소동을 일으킨 주범이 뮬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뮬란은 자신의 이름을 '핑'이라고 대답한다. 샹은 혹독한 훈련 일정으로 군대를 육성하고, 뒤처진 뮬란은 샹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받는다. 낙심한 뮬란은 그가 처음에 장정들에게 요구했던 무거운 쇠를 달고 장대에 꽂힌 화살을 뽑는 데 성공하고, 군인으로 인정받는다. 처음에 그를 비웃었던 링과 야오, 치엔포도 뮬란의 친구가 된다.
무슈는 뮬란이 전쟁터에서 공을 세울 수 있도록 가짜 편지를 써서, 샹이 리 장군에게 찾아가도록 한다. 샹은 군대를 이끌고 서둘러서 마을에 찾아가지만 마을은 파괴되어 있었고, 장군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황제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 위해 고갯길로 들어간 군대는 뮬란의 마차에 있던 폭약이 폭발하면서 흉노족에게 위치를 들킨다. 맹렬하게 공격을 받던 군대는 폭약으로 산에 있는 흉노족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지만, 샨유가 이끄는 거대한 군대가 언덕에서 몰려오자 궁지에 몰린다. 뮬란은 마지막 폭약을 들고 산을 진동시켜 눈사태를 일으킬 생각을 하고 조준을 하다 샨유에게 공격을 받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뮬란은 무슈의 도움으로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에 성공하고, 눈사태를 피하려다 휩쓸린 샹을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샨유에게 입은 부상으로 기절을 하게 되고, 군대에게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이 발각되고 만다. 황제의 보좌관인 츠푸는 그녀를 사형할 것을 명하지만 샹은 자신을 구해준 뮬란의 빚을 갚는 것으로 그녀를 살려두고 떠난다. 남겨진 뮬란과 무슈는 자신들의 본래 의도를 설명해 준다. 뮬란은 자신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무슈는 뮬란을 이용해 조상신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 샨유는 눈밭에서 뛰쳐나와 살아남은 몇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황제의 도시로 찾아간다. 뮬란은 이것을 알아차리고 샹에게 경고하고자 그들을 따라간다.
제국의 수도에서는 시민들이 그들을 '중국의 영웅'으로서 환영하기 위한 행진을 거행한다. 하지만 츠푸를 제외한 군인들은 뮬란이 여자였다는 충격 때문에 기뻐하지 않는다. 샹은 말을 타고 나타난 뮬란을 보고 놀라지만, 그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샹은 황제에게 승리의 증거로 샨유의 검을 바치나, 갑자기 매가 나타나 검을 빼앗고 지붕에서 잠복하고 있던 주인 샨유에게 돌려준다. 뒤에서 용 탈에 잠복하고 있던 흉노 병사들도 나타나 샹을 저지하고 황제를 끌고 궁으로 들어간다. 뮬란은 샹과 그녀의 세 친구들을 이끌고 황제를 구하고자 궁에 잠입한다. 일행은 뮬란이 세운 작전으로 황제를 구출하는 것에 성공하고, 뮬란은 샨유와의 사투 끝에 불꽃놀이 폭죽으로 그를 처치하는 데 성공한다. 황제가 그녀에게 존의를 표하자, 모든 중국의 백성들도 그녀에게 절을 한다. 황제는 그녀에게 자신의 목걸이와 샨유의 검을 주며 그것들이 그녀가 했던 업적들을 증명해 줄 것이라 말한다.
뮬란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자신이 받은 선물들을 보여주며 가문의 명예를 지켰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며 딸을 끌어안고 기뻐한다. 황제에게 그녀를 찾아가 볼 것을 귀띔받은 샹은 그녀의 투구를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뮬란은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며 그를 환영한다. 뮬란을 도운 무슈는 조상신들로부터 수호신의 위치를 얻게 된다.
뮬란의 평가
백설공주를 시작으로 인어공주, 라이온킹 등을 거치며 저 연령층 서양 애니메이션의 상징이던 디즈니가 최초로 만든 동아시아 배경의 애니메이션. 심지어 동아시아 여성인 주인공이 전쟁터에 나간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매우 상징적인 작품이다. 또 다른 디즈니 프린세스 작품들은 주로 주인공 개인에게 어떤 불행이 닥치거나 문제가 발생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반면, 이 작품은 전쟁터로 가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뮬란이 대신 입대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도 꽤나 독특하다. 한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사건에 뮬란이 홀로 참여하고 활약하는 모습, 또 전쟁 상황의 비장함이나 긴장감 등에서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전쟁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전반적으로 디즈니답지 않은 잔인함과 무거움을 보인다. 훈족들이 만리장성을 침입할 때 그걸 알리려는 병사가 죽음을 무릅쓰고 봉화를 밝히는 장면으로 극이 시작되는가 하면, 샨유가 황제를 도발하려 사로잡은 중국 측 염탐꾼 둘을 놓아주는 척하면서 그중 하나를 살해하는 장면, 뮬란의 계책에 수많은 훈족 병사들이 생매장당하는 장면, 산유의 칼에 뮬란이 베이는 장면 등등. 뮬란이 전쟁터로 가기 위해 훈련하는 씬은 기존의 디즈니 프린세스 영화들과는 달리 비장미와 간지가 돋보이며, 즐거운 뮤지컬 행군 장면이 끝나자마자 활활 타고 있는 전쟁터의 폐허가 나오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등 디즈니치고 진중한 분위기와 전쟁의 비정함이 꽤 많이 부각되었다.
작품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주인공 뮬란은 그 나이대 소녀의 발랄함 보다는 고전 영웅서사물의 주인공 느낌이 강하게 나고,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을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도 나름의 고뇌를 갖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다가, 악역 산유는 디즈니 빌런이면서 아예 노래 한마디 하지 않는 잔인하고 비열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때문에 전작인 노트르담의 꼽추와 마찬가지로 디즈니가 전 연령 이용가를 받아내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편집과 수위 조절을 해야 했다.
뮬란은 여타 디즈니 프린세스와는 달리 정신적으로도 강인할 뿐 아니라 지략과 무공 역시 매우 출중한 여성형 영웅으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그냥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끊임없이 좌절하고 극복하여 얻어낸 능력이라는 것을 부각함으로써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이게끔 해준다. 이렇게 난관을 극복하며 위대한 전사로 성장하는 뮬란의 활약을 돋보이게 연출하면서도 동시에 뮬란의 아버지, 리 샹과 전우들, 치푸와 황제, 무슈나 크리켓, 샨유 등의 조연들 역시 각자의 캐릭터성이 확고하고 호감이 가는 캐릭터들로 표현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뮬란 개봉 당시 북미에서의 반응은 좀 미묘했다. 그럴만한 게 당시 어른들과 평론가들은 라이온킹 등, 디즈니 르네상스 4대 천왕을 보면서 눈이 있는 대로 높아져 있었는데, 포카혼타스와 노트르담의 꼽추, 헤라클레스 등이 흥행은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디즈니도 뮬란을 제작할 때 자체적으로 소극적인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 동아시아 배경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있었다. 평론가들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같은 작품들과 비교하거나, 희미한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동아시아의 얕은 묘사들을 지적하며 혹평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간 있었던 왕자와 공주의 로맨스 같은 주제에서 벗어나 가족과 명예를 얘기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얘기에 신선함을 느끼며 호평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는 그 해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하며 훌륭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타잔과 더불어 디즈니 르네상스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뮬란은 미녀와 야수, 알라딘, 포카혼타스 등을 차근차근 거쳐 탄생한 디즈니 '여성 영웅서사' 애니메이션인 만큼 다양한 페미니즘적 해석이 존재한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매우 훌륭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호평하는 평이 있는가 하면, 뮬란이 주체적으로 본인의 뜻을 관철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남성의 영역에서 이뤄낸 성과이며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나면 한 사람의 여성으로 돌아가버린다는 점과 뮬란의 아버지나 리 샹 등의 조연들도 뮬란이라는 개인을 인정할 뿐이지 가부장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진 않으며, 동아시아에 대해 무지한 묘사와 더불어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 아무것도 바꾸지도, 보여주지도 못했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뮬란에 대한 평가는 20여 년 후인 2010년대에 들어서며 점점 올라가게 되는데,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이 미디어에서 부각되며 뮬란과 비슷하게 여성 주인공의 활약을 내세우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중 다수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엑스맨: 다크 피닉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처럼 여성인 주인공을 부각하기 위해 주변 남성 캐릭터들을 무능하거나 인격 파탄으로 만들고 역차별과 원천봉쇄의 오류를 저지르는 1차원적인 방법을 택하는 졸작들이 계속 나오면서 계속 뮬란보다 못하다는 악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뮬란은 동료 전우들이 모두 각자의 매력이 넘치는 유능한 전사들이고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협력하며 같이 성장해 내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악역도 사악하면서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이며, 다른 조연들 역시 뮬란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매력이 충분히 묘사된다. 뮬란의 아버지는 딸이 좋은 신부가 되는 것을, 자신은 전쟁터에 나가 죽는 것을 명예로 여기는 가부장제에 충실한 인물로서 뮬란이 그 뜻에 반발해 대신 전쟁터에 나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지만, 실제론 그 모든 명예보다 딸을 중요시 여기는 인격자로 그려지며, 리 샹 또한 직분에 충실한 군인으로서 뮬란이 훈련을 못 따라오자 집으로 돌려보내려 한다던가, 뮬란이 여자인 것이 발각됐을 때도 군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해도 마땅한 상황에 단순히 내쫓는 것으로 그치는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또한 "핑은 믿는다면서 왜 뮬란은 못 믿는 거죠?"라는 뮬란의 항명과 병사들이 본인이 아니라 뮬란을 따라가는 상황을 겪고도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뮬란의 방식을 존중하는 등 변화하는 인물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멋진 조연들을 사이에서도 주인공 뮬란의 풍부한 캐릭터, 강인함, 그리고 압도적인 활약상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는 것, 그리고 "깨어있는 뮬란이 어리석은 주변 인물들을 계몽시킨다"는 식으로 억지로 이뤄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실 성반전만 하면 잘 만들어진 소년만화 서사라고도 볼 수 있다. 집에서는 실수투성이였던 미숙한 주인공이 집에 나가 모험을 겪으며 같이 싸울 동료들을 만나서 함께 성장하고, 마지막에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커다란 공을 세운다는 스토리. 뮬란은 훈련과정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고 샨유의 군대도 기발한 계책으로 전멸시켰으며 황궁에 침입한 샨유도 직접 무찌름과 동시에 리 샹도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해냈다. 보통 이렇게까지 활약상이 한 사람에게 몰리면 그 인물이 먼치킨이나 메리 수로 그려지기 마련인데, 뮬란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보통 사람들도 감정이입할 만한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이는 그녀가 왜 그럴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괴로움을 잘 묘사했기에 뮬란이 (단순히 모든 장애물을 쳐부수는 초인이 아니라) 관객들 입장에서 감정이입하고 응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 것이다.
또한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영화 뮬란의 시대는 과거 중국의 전통적인 가부장 사회이고, 모든 등장인물이 그에 맞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주인공인 뮬란마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뮬란은 영화 초반엔 분명 가족의 뜻을 따라 본인 스스로 훌륭한 신부가 되길 바라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후 아버지를 전쟁터에 보낼 수 없다는 마음과 본인도 뭔가 해내고 싶다는 마음에 집을 뛰쳐나가 영웅이 되지만, 그럼에도 동료들에게 본인같이 맘대로 사는 여자는 신붓감으로 어떠냐는 질문을 할 때 쭈뼛대야 했고, 여자임을 들켰을 때는 아무 말 없이 벌을 받으려 했으며, 황제가 자신을 꾸짖을 때도 그저 머리를 조아리기만 했다. 마지막에 기쁨에 못 이겨 황제를 끌어안는 뮬란의 모습은 사회에 불만이 가득해 기득권을 부수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신답게 살면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었던 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에 공개되는 페미니즘 영화의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은 과거를 배경으로 했더라도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21세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사람들처럼 현대인의 시각에 맞춰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20년에 나온 본작의 실사영화판도 이런 문제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갖고 있어 20년이나 세월을 보내고 퇴화만 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 근래의 다른 페미니즘 작품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생각에 일말의 의구도 가지지 않으며 멋들어지게 21세기의 페미니즘을 설파하면 주변인물들은 악역들만 제외하고는 몇 세기 전 사람들인데도 추풍낙엽처럼 우수수수 걸크러시를 당하며 설득당하는 것과는 달리, 뮬란은 분명 작중 시대의 관습을 깨고 나온 비범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면서도 그 시대 사람들과 같은 가치관이나 고뇌를 갖고 있다.